2007년 03월 29일
[조나단] 슬립오버 위드 테네브레
잡담란이 있기는 한데 부담스러운 건지 쓸 말이 없는 건지 어째 아무도 진짜 잡담은 안 쓰고 있는 것 같아서 제가 스타트를 끊어봅니다. 멤버들의 성격을 대략 왜곡 파악해 보시라고.

제가 euphemia님(이하 에피님) 댁에 놀러가서 자고 올 때면 대부분 제 쪽이 훨씬 늦게 잠들곤 하는데 그럴 때면 에피님은 졸려 죽겠는데도 꼭 저 잘 때까지 버티겠다고 우기는 겁니다. 대체 왜 그러냐, 졸리면 그냥 자라고 해도 안 듣고. 그래서 추궁해봤더니 한다는 소리가
"내가 먼저 잠들면 조나단님 혼자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잖아요."
저기... 손님이 왔을 경우라면 같은 상황이라도 '상대방이 심심해 할까봐 먼저 못 자겠다'고 하는 것이 보통 아닌가요?
"하지만 조나단님은 정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 같단 말이에요."
......
그렇다고 제가 잠든 에피님을 놔두고 혼자 남의 옷장에서 로리타 양복을 꺼내서 입어본다던가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고작해야 책장에서 Antie Mame을 꺼내서 로잘린드 러셀 성대모사를 하며 낭독해 본다던가...

PLUTO님과 지금처럼 지나치게 허물 없는 사이가 되기 이전이었던 것 같은데 (서로 존대말 하고 있었던 거 보면) 잊을 수 없는 대화 한토막
J:이번 주말에 뭐하세요?
P:집에서 잘 건데요.
J:네... (시무룩)
P:와서 같이 주무실래요?
......
저기에 '자다' 이외의 것이라면 뭘 넣어도 이렇게 해괴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영화 볼 건데 같이 보실래요?' 라던가 '술 마실 건데 같이 마실래요?' 라던가 '성배를 찾으러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라던가... 하여간 저 카리스마적인 대사에 압도되어 종종 주말을 플루토님 댁에서 보내곤 하게 됐는데 저 사람의 문제는 자기가 먼저 잘 때는 정말로 날 혼자 못 놀게 하는 겁니다. 불을 켜 놓으면 잠들 수 없다나. 노인네 같으니라구. 가끔은 가마방(비스크 인형 굽는 가마가 있는 외딴 방)에 가둬 놓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먹으며 조화를 만들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tarako님댁은 아직 놀러가 본 적이 없어서 제 경험담은 없고 그분의 경험담.
tarako님이 일본에 계실 무렵 사귀었던 남자친구와의 첫 토마리 데이트(집에서 묵고 가는 데이트)에서 남자가 '자기야 우리 이거 보자'면서 빌려온 슬립오버 무비 DVD는 바로 24 두 시즌. 참고로 24란, 저도 보진 못하고 말만 들었습니다만, 테러리즘을 소재로 한 미국의 TV시리즈인데 2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한 시즌이 주인공의 하루를 한 에피소드 당 1시간씩 실시간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둘이 2박3일 동안 눈 시뻘개져서 잠도 못 자고 그것만 보다 끝났다고 합니다.
by Tenebre | 2007/03/29 02:41 | 기타 잡담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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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iaran at 2007/03/29 08:17
협박이 참으로 아름다우시네요...[...] 가마방에 가둬놓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먹으면서 조화를 만들게 하겠다니 너무 비참해요~
Commented by PLUTO at 2007/03/29 10:23
오해가 있을까봐 첨언 한마디.
제가 한 말은 '가마방에 가두겠다'까지였습니다. 그 뒤에 수도꼭지 운운은 조나단님 혼자 신나가지고 붙인것 뿐이라고요.
저 사실은 매정한 사람 아닙니다 ㅋㅋㅋ
Commented by euphemia at 2007/03/29 14:20
그도 그럴 것이 그 얼마 후에는 밤새 쾌락에 찌든 블라이스 의상을 디자인하면서 희희낙락하는 걸 봐버렸단 말입니다. 심지어 블라이스 의상 디자인하려고 참고자료로 이런 거에 저런 것까지 다운받았다고요. 물론 다음날 제가 즐겁게 봤습니다만...
Commented by kunoctus at 2007/04/01 16:00
....잠보니님 블로그에서 넘어왔습니다만...24시...공감가는 군요..(크허~)
Commented by euphemia at 2007/04/02 17:39
전 저렇게 될까봐 무서워서 24를 아직 못 보고 있어요. =_=;
Commented by tarako at 2007/04/02 22:52
실은 24가 그렇게 재밌는건 아닌거 같은데 보다 자르니까 왠지 밥 반공기만 먹고 수저 놓은것 같은 압박이 밀려오더라고요. 결국 2박 3일간 배달음식만 먹으며....하악하악...
Commented by Beatriz at 2007/04/04 10:06
저도 24는 1~5시즌까지 한 달 넘게 밤 새가면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하느님이 보우하사 마침 방학이었답니다.;;; 재미보다는 중독성;;;
Commented by kiekie at 2007/04/15 09:47
지인의 포스팅 링크에서 흘러흘러 이 곳에 당도했습니다.
뭔가 좋아보이는 프로젝트로군요. 앞으로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포스팅과 관련없는 댓글이라 죄송합니다-_-;
Commented by 군청주단 at 2007/07/13 18:19
'성배를 찾으러 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푸핫! 같이가요~. (후후, 여기서 페이트의 흔적을 보게 될 줄 이야^^)
Commented by euphemia at 2007/07/15 20:18
군청주단 / 팀 테네브레 내에서 '성배' 라는 단어는 대개 일반인들이 성배Holy Grail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할 의미, 혹은 그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서 왕 이야기나 12, 13세기 문학들에서와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실은 광범위한 유추에 의해 저 상황에서의 '성배'는 [몬티 파이쏜과 성배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의 인용일 것임이 상당히 높은 확률로 확실시되는 바입니다. 에, 어느 쪽이든 간에 나스 키노코 이야기는 아닙니다. :] 멤버 중 몇몇은 게임 [Fate/Stay Night]의 플레이 경험이 있습니다만 이 커뮤니티 내에서 해당 게임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Commented by tarako at 2007/08/07 22:27
제 경우의 성배는 파르지팔의 바로 그 성배입니다 :)
Commented by 익명인 at 2008/05/10 16:48
비스크 인형을굽는 가마방....집안에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작업장(?)이 있다니 부럽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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